실효성 없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추진 논의를 즉각 철회하고,
종합적인 예방 및 재사회화 시스템을 구축하라!
최근 정부와 정치권은 청소년 범죄의 흉포화를 이유로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의 연령 하향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한국아동복지학회, 한국청소년복지학회, 한국아동권리학회, 한국청소년학회, 한국청소년활동학회는 이와 같은 단편적이고 엄벌주의적인 정책이 아동·청소년 범죄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며, 심각한 우려와 함께 연령 하향 추진의 즉각적인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
1.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국제 인권 규범에 역행하는 퇴행적 조치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만 14세로 유지하고, 이들을 범죄자로 취급하거나 구금하지 않을 것을 한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권고해왔다. 연령 하향은 「유엔아동권리협약」 및 「소년사법운영에 관한 유엔 최저기준(베이징 규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현재 호주, 미국 등 다수의 국가는 아동․청소년의 발달적 특성을 고려하여 오히려 형사책임 연령을 상향하거나 비구금형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국제 기준을 도외시한 채 단기적 여론에 편승하는 것은 국가의 아동․청소년 보호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2. 한국의 촉법소년은 이미 강력한 처벌을 받고 있으며, ‘처벌 면제’나 '관대한 처벌'은 사실의 왜곡이다.
"촉법소년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며, 대한민국의 아동․청소년은 이미 세계적 기준보다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다. 현행 「소년법」에 따른 보호관찰 및 소년원 송치는 아동․청소년의 신체의 자유를 엄격히 박탈하는 조치로, 실질적인 형벌과 다를 바 없다. 형사책임 연령을 만 14세로 둔 독일 등은 14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체포하거나 법정에 세우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는 불과 만 10세부터 「소년법」을 적용해 소년원에 구금하는 모순적 구조를 띠고 있다. 이미 강력한 제재가 가해지는 상황에서 연령을 더 낮춰 전과자의 낙인을 찍는 것은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사회 복귀를 영구히 차단하는 무책임한 처사다.
3. 실증적 근거가 결여된 엄벌주의는 재범 방지의 해법이 될 수 없다.
수많은 실증적 연구에 따르면, 처벌 중심의 징계적 처우와 형사처벌은 재범을 억제하지 못하며 오히려 부작용을 낳아 재범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 하향을 결정했던 국가들도 그 결과가 효과적이지 않자 다시 연령을 상향하기도 했다. 아동·청소년 비행의 본질적 원인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나 연령에 국한되지 않으며, 빈부격차, 가정 해체, 학대와 폭력, 유해 매체 노출 등 열악한 사회 구조적 환경에 기인한다. 소년 범죄는 기성사회가 방치한 구조적 결함의 결과임에도, 책임을 아동․청소년 개인에 대한 형사 처벌로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
4. 형벌 체계 확대보다 소년사법 인프라 개선 및 다면적 회복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
처벌에 초점을 둔 행정편의주의적 법안 개정을 철회하고, 근본적인 환경을 개선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소년범이 사회의 온전한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소년원 내 정규 교육과정과 환경 개선을 획기적으로 내실화해야 하며, 정서 위기에 처한 아동․청소년에 대한 전문적 개입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다른 나라들처럼 부모의 양육 책무를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더불어 피해자 회복 지원을 보다 강화하며, 지역사회 다기관이 협력하는 예방적·회복적 사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에 우리 다섯 학회는 아동․청소년 최상의 이익 원칙에 입각하여 정부와 국회에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 실효성도 정당성도 없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
하나, 소년 범죄 현황에 대한 객관적이고 일원화된 국가 통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맹목적 편견이나 여론이 아닌 증거 기반의 정책을 수립하라!
하나, 처벌 위주의 사법 행정을 탈피하고, 소년의 교육권 보장 및 재사회화 교육을 포함하는 실효성 있는 인프라를 확충하라!
하나, 소년범죄의 예방과 회복을 위해 가정과 지역사회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아동․청소년 보호와 재활을 위한 범정부적 예산을 대폭 증액하라!
2026년 3월 3일
한국아동복지학회 · 한국아동권리학회 · 한국청소년복지학회·
한국청소년학회· 한국청소년활동학회

